보이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사랑은
결코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두지 않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사랑이란 것은 쌓이고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사랑은 내리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며
사랑하는 사람은
가장 아름다운 느낌에 서 있습니다
사랑할 때 굳이 사랑을 말하지 않지만
우린 사랑이란 걸 사랑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다는 것
새삼 누군가에게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기뻐하고 있는 자신의
순박함일 것입니다
애써 다가서지 않아도
사랑하고 있음에
우리는 멀어지지 않습니다
늘 한결같다는 느낌처럼
따사로운 양지의 끝자락에
사랑이 볕을 만듭니다
슬픔이 있다면
사랑은 눈물일 것입니다
외로움이 있다면
사랑은 그저 떠도는 바람의
무게를 가질 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랑 앞엔 사랑하는 이도
사랑 받는 이도
모두가 당신이라는 것을
긴 세월을 따라 우린 정말로
사랑을 하지만
사랑은 세월을 만들지 못합니다
다만 다시 채우는 일상의 반복입니다
한 사람만을
두 사람만을
모두에게
사랑은 전혀 부족치 않은 풍요입니다
사랑할 때 남기고 간 허물은
이제 속살로 자라나야 합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보다도
때를 닦아내는 순박함을
사랑은 일깨웁니다
버려진 자도 좌절한 자도
사랑은 감히 기다립니다
스스로 일어나는 그 용기를 알때까지
사랑은 침묵처럼
고요처럼 한결같이 흐르고
새벽안개에 스러지는 별을 품고
솟아오르는 태양을 가슴깊이 끌어 안습니다